2009년 12월 31일 목요일

2005/9/28 노대통령 간담회 내용 중

타협정치 성공한 국가 지속성장 이뤄
노 대통령, 27개 중앙언론사 경제부장 간담회
[2005-09-28]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단 간담회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타협정치 모델을 성공시킨 나라가 높은 사회보장 수준과 지속성장을 이뤘다”면서 “대결주의 정치집단의 존재가 상생, 대화, 타협의 정치를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27개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현안을 놓고 3시간 동안 간담회와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였다. 경제부장 간담회는 지난해 1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로 열렸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8개의 주제로 나눠 정리했다.
1. ‘지도력의 위기’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
2. 2년 반 평가와 남은 과제
3. 남북관계
4. 8·31 부동산 정책
5.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
6. 재정과 세금문제
7.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
8. 균형발전과 수도권발전 대책
이 가운데 ‘지도력의 위기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 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책에 관해 거듭 싸움만 있고 결정은 없는, 따라서 적시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해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구조에 우리나라가 놓여 있는 건 아닌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와 지도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주목해 봐야 합니다.
○ 권력이 정부/정권에서 시민사회로 빠르게 분산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도덕적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은 모두에게 닥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사회 주체들 사이에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고 인식의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이자 지도력의 위기입니다.
○ 정치의 역할은 조정과 통합입니다.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조정과 통합, 위기관리가 정치의 큰 역할입니다. 언론, 지식사회, 정부 사이의 조정과 통합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입니까?
○ 여소야대, 지역구도 등 정치구조에 관한 문제제기를 했던 까닭은 한국에도 독일과 같은 정치적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구조, 제도, 기제가 과연 갖춰졌는가 하는 데에서 출발했습니다. 아울러 ‘대연정 발상도 이제는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국에서 정치를 생각하고, 정치적 사고의 폭을 그만큼 넓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 합당과 연정은 천양지차가 있습니다. 연정은 한시적인 것입니다. 이 시기에 극복하거나 해결해야 할 한두 개 과제를 딱 해결하고, 각기 따로 가는 것입니다.
○ 90년 3당 합당은 지역적으로 호남을 고립시키는 지역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분열과 따돌리기였습니다. 합리적으로 토론하거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분열구도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이 역사적 부채를 벗어야 합니다.
○ 야당은 줄곧 포용정치 하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이 경제를 파탄시킨다고 했으니 당연히 연정제안을 받아서 정치와 국정운영을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안받았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언론도 왜 따져 묻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 한국에는 좌파 우파가 확연하게 갈라져 있는 게 아니라, 대결주의와 타협주의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매일 상생정치를 얘기하는데, 끊임없이 대결적 노선을 가야 하는 것이 있는 셈입니다.
○ 국민들이 새로운 선택을 해야 됩니다. ‘저 사람, 좌파냐 우파냐’ 하며 선택할 것이 아니라, 대립적 노선을 가지고 항상 반대편 공격을 일삼는 정치노선이냐, 아니면 어느 노선이든 대화와 타협으로 포섭과 절충을 하려는 정책노선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구분이 더 중요합니다.
○ 우리도 둘 중의 하나는 해야죠. 사회보장은 약하더라도 성장이 빠르든지, 성장은 느리더라도 보장이 확실하든지. 제일 바람직한 것은 높은 보장수준을 가지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인데 그런 나라는 타협모델을 성공시킨 정치가 있습니다.
1. ‘지도력의 위기’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
□ ‘진정한 의미에서 경제위기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자
- 2004년 6월경 국회연설을 하면서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가 상당히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 그러나 작년 4월이든 지금이든 우리 경제를 위기로 생각해선 안됩니다. 구조조정이 빨리 진행되는 가운데 취약 부분이 언제나 드러납니다. 농업은 언제나 위기고, 중소기업은 자기 영역을 확보하지 못해 구조적으로 계속적인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 재래시장, 영세 자영업 영역도 일상적 위기 속에 있기에 새로운 길을 완전히 찾을 때까지 일상적 위기입니다. 그 부분이 위기인 것은 인정하지만 총체적 위기, 경제 자체의 위기라고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 체감경기는 가는 곳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의도 증시에 가면 체감경기가 참 좋을 것이고, 재래시장에 가면 좋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이 체감경기를 갖고 논쟁을 꾸준히 해 왔는데 이 시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위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 적시에 정책결정 못하는 사회는 장기적으로 위기에 빠질 공산 크다
- 경제가 잘 나가던 몇 개 국가가 장기침체에 빠져 위기에 봉착했고,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온 사회가 몸살을 앓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한국도 성장속도가 조금씩 줄어가는 현실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 세계화, 정보화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변화속도라는 것은 끊임없이 현실에 대한 부적응 사태를 만들어내게 돼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 끊임없는 불확실성이 제공되고 있기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발생하는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 사회가 여기에 적합하게 작동하고 있는가, 적합한 구조와 문화를 갖고 작동하고 있는가의 문제가 가장 핵심적인 것입니다. 새로운 상황에 대비할 준비가 돼 있는 사회와 부족한 사회가 장기적으로 위기를 맞이할 것인가 아닌가를 구분하게 합니다.
- 정책에 관해 거듭 싸움만 있고 결정은 없는, 따라서 적시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해 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그런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한국이 과연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와 지도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등등을 주목해 봐야 합니다.
- 고령화 사회, 중국의 도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등 개별적인 문제에 관한 정책 하나하나를 해결해 갈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노사문제, 농업개방, 경제개방 문제에 대한 정책이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밖에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은 연금문제를 논의하는 데에는 공공부문의 비중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다 내포돼 있습니다.
- 기초연금하자고 했을 때, 당연히 미래 우리 사회의 복지재정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가지고 가야 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합의 수준의 문제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 권력 분점한 사회 주체 사이의 공감대 부재가 위기의 본질
- 세계화가 빨리 전개되는데 비해 정치적 세계화는 훨씬 더디기 때문에 이 사이에 부조화가 있습니다. 또 냉전구조가 해체되면서 적이 사라진 환경에서 권력이 빠른 속도로 분산되고 있습니다.
- 정부·정권으로부터 시민사회로 빠르게 분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도덕적 신뢰는 어떻게 구축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모두에게 닥쳐 있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 사회 주체들 사이에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인식의 접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이자 지도력의 위기입니다.
- 정치의 역할은 조정과 통합입니다.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정과 통합, 위기관리가 정치의 큰 역할입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언론, 지식사회, 정부 사이에서 조정과 통합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 토론, 대화, 타협의 수준이 높은 사회로 간다는 것, 토론방법도 수준 높고, 타협을 통해 대단히 효과적인 사회적 결정을 이루고, 경제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시현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높은 수준의 조정과 통합을 이루고, 변화에 대응해 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정치인 몇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고 따라오라고 해설 될 일이 아닙니다. 제2 건국운동도 한 사례겠지만 국민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 결국 언론의 일정한 역할이 있는 것입니다. 경제의 50%는 심리라고 합니다. 그래서 언론과 이런 문제를 놓고 대화해 보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었습니다. 대통령 혼자 책임지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시대에서 언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높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 독일경제에 관한 보고서를 보낸 이유…우리에겐 정치적 기제 있는가
- 독일경제에 관한 독일 대사관의 보고서를 보내드린 취지는 대통령도 경제에 대해 이 정도로 고민하고 있고, 우리나라 외교관의 수준이 높고 노력도 많이 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습니다.
- 독일문제에 대해 왜 보고서를 요구했느냐 하면 슈뢰더 총리가 불신임을 요청해서 선거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사실 독일경제 ‘아젠다 2010’이라는 것이 싸움의 핵심이 걸려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젠다 2010을 놓고 독일 정치판이 전부 요동치고 있습니다.
- 나는 아젠다 2010을 토론하자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한테 아젠다 2010 같은 문제를 논의하면, 정책이 옳으냐의 문제 이전에 한국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결론 낼 수 있는 정치적 구조, 제도, 기제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제가 고심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고서를 보내드린 것입니다.
- 그동안 여소야대 문제나 지역구도 문제 등 소위 정치구조에 관한 문제제기를 했던 것은 이런 문제의식(독일처럼 정치적 결론을 낼 수 있는 구조, 제도, 기제가 한국에도 있는가 하는)에서 출발했습니다.
□ 정책을 위한 연대, 반대를 위한 연대
- 2003년에 국회에서 법인세를 2% 내렸습니다. 그 뒤 소득세도 1% 내렸습니다. 내리는 것을 대통령으로 그냥 동의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야당이 3분의 2인 국회를 마주 하고 앉아서 예산도 통과시켜야 되고, 개혁 정책과 정부혁신에 관한 부분을 어떻게든 추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법인세 2%, 소득세도 1% 인하를 놓고 참여정부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 이런 것을 보면서 대통령이 정치에서 과연 얼마만큼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협상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 얼마만큼 책임질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정치구조상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여기에서 어떤 결론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것인가 하는 것에 고민이 있어서 (연정)문제를 제기했습니다.
- 이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왜 지금이냐 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4월 30일 보궐선거 결과로서 여소야대가 됐습니다. 상징적으로 굉장히 큰 사건입니다. 연대에는 정책연대와 단순 야당연대가 있습니다. 볼 것 없이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연대가 야당연대입니다.
- 정책의 내용을 따져서 반대하는 연대를 하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때로는 한나라당과 연대하고, 때로는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과 선택적으로 연대하면 항상 정책 과반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야당연대가 있습니다. 사실상 필요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도와줄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야당연대가 형성되려는 조짐이 있었습니다.
□ 유럽 각국의 정치구조와 국가경쟁력·경제관계 비교분석 중
- 그 다음에 그동안 대통령은 쭉 경제 아젠다에 쫓겨 왔습니다. 경제적 아젠다에 쫓겨서 허겁지겁 위기관리를 했는데, 올해 들어서 전망이 보이고 자신감이 서기 시작하면서 이제 장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런 점도 있습니다.
- 2004년에 위기논쟁에서 많이 수세에 몰려 있었는데 진정한 의미에서 위기라는 것이 뭔가를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겠죠. (연정제안의) 동기는 그렇습니다. 더불어 후보 때부터 일관되게 해 왔던 정치구조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던 것입니다.
- 했는데, 여러 가지 제기하는 방법이 부족했거나 조금 전략적으로 준비가 덜 됐거나 우리 사회에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지 않아서 전부 접어두고 있습니다만 문제의식은 그렇게 해서 출발한 것입니다. 독일경제에 관한 관심도 거기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유럽정치와 경제와의 관계, 유럽 각국의 정치구조와 국가경쟁력 내지 경제관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 합당과 연정은 하늘과 땅 차이…90년 3당합당은 호남 고립의 지역구도
(3당 합당, DJP 연합과 연정제안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며)
- 정치적 명분은 항상 똑같습니다. 그러나 정치행위에 대한 행위의 내용과 가치판단은 대부분 다릅니다. 옛날의 정치적 명분은 다 종묘사직이었고, 종묘와 사직을 바로 잡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역사, 국가, 민족, 국민이라는 말이 항상 들어갑니다.
- 그런데 명분에 있어 이것이나 저것이나 비슷한 것 같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합당과 연정은 천양지차가 있습니다. 90년 3당 합당 당시의 시대적 과제에 대한 두 당의 인식은 도저히 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합당까지 해 버렸습니다.
- 공교롭게도 지역적으로 호남을 고립시키는 통합이었습니다. 지역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야합이라고 얘기하는 것이고, 반역사적이라고 얘기한 것입니다. 명분은 그럴 듯하지만 그 안에서 있던 것은 분열과 따돌리기였습니다. 합리적으로 토론하거나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분열구도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 한나라당은 3당 합당의 역사적 부채를 반드시 벗어야  
- 제가 제안한 것은 그냥 연정입니다. 연정은 한시적인 것입니다. 이 시기에 우리가 극복하거나 해결해야 될 한두 개의 과제를 딱 해결하고, 해결되면 된 만큼 성과로 하고 각기 따로 가는 것입니다.
- 지금까지 정치를 합리적이지 않은 구도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3당 합당입니다. 그 당시 야당끼리 통합했더라면 지역구도라는 것은 해소되는 것이었습니다. 야당끼리의 지역분열이 있었는데 그것을 여야의 분열로 선을 새롭게 갈라버리고 그것을 정치노선에까지 적용하려고 하니까 될 리가 없었죠. 영남에는 보수만 있고, 호남에는 진보만 있으라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편승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 이건 굉장히 잘못된 것입니다. 그것이 90년 3당 합당입니다. 한나라당이 이 부채를 언젠가는 벗어야 됩니다. 그것은 역사의 부채이기도 합니다. 그런 것이 90년 3당 합당이고, 내가 제기한 것은 한시적 연정은 필요한 수준에서 일시적인 목적을, 목표만 같이 하면 됩니다.
- 연정을 제기했던 것은 그런 발상이 가능하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대연정이라는 발상도 이제는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국에서 정치를 생각하고, 정치적 사고의 폭을 그만큼 넓혀 나가자는 것이 최소한의 목표였죠. 물론 실현되면 그 이상의 목표가 되는 것입니다. 가장 낮은 수준의 목표는 성취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정치적 행동의 폭이 이만큼 합리적이고 정당한 것이라는 점을 꼭 주장하고 싶었고, 낮은 수준에서 그 런 목표도 있었습니다.
□ 언론은 거국내각 주장해온 야당의 연정거부 이유 캐물었어야
- 거국내각이라고 내가 이름을 바꿔서 얘기한 것은 거국내각을 한나라당이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연정은 위헌이라고 해서 내가 거국내각으로 바꿔 불렀더니 ‘연정하고 똑같은 것 아니냐’ 하는데 거국내각은 옛날에 한나라당이 주장한 바 있습니다.
- 주장해서 그랬는지 그때는 위헌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연정하고 똑같은 것 아니냐, 그럼 그것도 위헌이냐, 그럼 어떻게 옛날에 그런 주장을 할 수 있었느냐’ 이런 논리에 빠집니다. 얘기가 연정이든 거국내각이든 실질에 있어 같은 것입니다.
- 포용정치하라고 그렇게 주장했고, 대통령이 경제를 파탄시키고 있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받아서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안받았는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 이 점에 대해 상상력이 풍부한 우리 언론도 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고 추론을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안받는지, 받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안받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정적인 것을 놓고 성사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이 알아야 거기에 대해서 찬반을 할 것 아닙니까?
- 나를 지지하는 사람은 연정을 싫어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한나라당 입장을 따라가 버리고 국민정서를 따라 언론도 다 따라가 버렸습니다. 객관적으로 언론은 그 모든 가정적 상황들을 놓고 무엇이 국민에게 이익이 되며,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무엇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 가정을 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게 될 것 아닙니까?
- 하도 답답해서 전 세계의 연정 사례를 한보따리 만들어서 돌렸습니다. 그것이 적어도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이라는 점을 얘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대연정이든 소연정이든 역사에 상당한 업적이 있는 것입니다.
□ 지도자가 됐으면 쉼 없이 일 해야…오도가도 못하게 되면 접는 게 당연
(독일 슈뢰더 총리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 역사의 가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만일에 독일에서 대연정이 된다면 몇 가지의 정책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 거다 하는 그런 가정이죠? 그건 예측과 짐작이 가능한 것입니다. 기존 정책을 판단하고 또 대연정에서 타협이 이루어지기에 어느 부분에 무슨 방향의 타협이 있을 수 있고, 주요 쟁점에 관해서 나올 타협의 방향을 예측해보는 것은 어느 정도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슈뢰더 총리가 국회 해산을 건 것은 그 사회의 문화와 관행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고, 그 수준이면 총선을 걸어야 되는 정치적 상황에 왔다고 말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결단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한 인간의 정치적 결단에 속하는 얘기는 참 가정하기 어렵습니다.
- 김구 선생께서 ‘단정에 참여했더라면…’ 하는 가정은 정말 어렵죠. 우리가 ‘신탁통치를 받았더라면…’ 하는 가정도 있을 수 있죠. 여러 가지 가정으로 봐서 짐작할 수 있지만, 그 뒤에 가정하고 추론하다가 딱 막혀 버리는 것은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가지고 비교해 볼 수밖에 없거든요. 그동안의 행동에 비추어서 신탁통치를 수용해 계속 유지해 갈 수 있는 단합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소위 좌우합작을 견고하게 유지해 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 신탁통치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하는 것보다 몇 배로 중요한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 그 사람들이 그때까지 한 걸로 봐서는 아마 견고한 좌우합작의 대표를, 단일정부를 못 꾸려갔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리의 생각이죠. 단정에 참여했을 경우와 안 했을 경우 그것은 정치적 결단이니까 짐작할 수 없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의사 결정의 문제니까요.
- 어떻든 제 생각은, 슈뢰더 총리가 딱 총선 카드로 던졌을 때 저는 ‘참 멋있다’고 봤습니다. 지도자가 됐으면 일을 해야지요. 오도가도 못하고 딱 걸려 있으면 접어야 합니다. 일을 못하면 접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그래서 ‘명쾌한 선택을 했고, 아주 시원한 선택’이라고 보고 좀 부럽다는 말을 했습니다.
- 개인적으로 그 지경이 되면 안 해도 좋거나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해소되면 적극적으로 전열을 정비해서 다시 한번 하는 것이고, 상황을 해소하지 못 하면 보따리 싸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선거결과가 어중간하게 되면 참 고약하죠. 고약하게 된 것 같은데, 이제 또 새로운 결단을 해야 되겠죠. 이기지도 못하고 완전하게 패하지도 않고…. 완패도 아니니까 이젠 또 뭔가 절차를 거쳐야 됩니다. 적어도 정치지도자가 퇴장하는 데에는 그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인가 봅니다.
□ 독일총선 결과 완승도 완패도 없어…비슷한 시기 일본 선거와 판이
- 슈뢰더 총리에게 그 상황을 완전히 호전시켜서 독일의 장래를 열어 내야 되는 책임까지 과연 지울 수 있는지, 저는 거기까지 슈뢰더 총리가 책임을 지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슈뢰더 총리가 초인이 아니고, 지금 한 선택 이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는데, 국가를 위해서 또는 그 상황의 타개를 위해서 또 다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닐까요?
- 물론 자기 소신을 바꾸면 되죠. 라퐁텐이 간 곳으로 간다든지, 독일 사민당 좌파쪽으로 가는 것 등. 그런데 그렇게는 못 하죠. ‘아젠다 2010’으로 간판까지 내걸었고 그것이 슈뢰더의 노선이 됐는데, 그게 관철되지 않았는데 그렇게는 못합니다.
- 그런데 기민당에게 ‘당신들이 요구하는 정책 아니냐. 왜 안 도와주냐’고 질문하면 그건 우리가 정권을 잡아서 할 일이라고 하거든요. 요구하는 정책이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폄하가 있고, ‘그거 해 갖고 되겠냐’고 폄하하고. 그러나 ‘일보전진도 진보 아니냐’고 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잡아서 확실하게 할 거니까’라면서 별로 도움을 안 줍니다.
- 어떤 보고서를 보면 독일의 좌파에서는 슈뢰더가 기민당하고 기민련하고 무슨 제휴를 한 것처럼 공격을 하는데, 진상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진상은 그게 아니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 참 묘한 것이 완패를 안해 버린 것이 참 이상해요. 국민들이 아주 가혹한 거죠. 일을 시키려면 확실하게 밀어 주고 시키든지, 안 그러면 집에 보내야지 어중간하게 그런 법이 어디있습니까.(웃음) 국민들의 판단이 팽팽하게 돼 있으니까, 어느 한쪽으로 우연히 균형이 맞아 들어가 항상 개입하는 것이죠. 독일하고 일본이 비슷한 시기에 그랬는데, 결과는 완전히 다르게 나왔습니다.
□ 참여정부에 대한 양쪽의 일방 규정과 비난 뭇매에 난감
- 참여정부가 하는 일을 놓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시장자유주의 진영에서는 ‘분배주의 정책’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의심을 많이 합니다. 반면, 분배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은 ‘참여정부는 완전 신자유주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분배주의가 아니라도 참여정부 정책을 무조건 신자유주의에 딱 갖다 박아놓고, ‘신자유주의니까 맞으라’는 것입니다. 어느 정책, 개별 정책에 대한 찬반문제가 아니고 ‘신자유주의이니까 박살내라’며 가고 있지요.
- <쾌도난마 한국경제>라는 책을 봤더니 지적한 내용 중에 귀담아 들을 만한 것은 주주 자본주의가 장기적 발전 전망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운용과 경제운용으로 장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경제가 60년대, 70년대 시장경제, 요새 말하는 것처럼 완전한 시장, 민간 주도 경제를 했으면 이만큼 성장했겠느냐, 턱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건 맞는 것 같아요.
- 지금이야 관 주도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그 시기는 관 주도가 맞고 지금은 시장 주도가 맞는 것 아닙니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책에서 그 부분이 강조되어 있으니까 아주 새로워 보이고요.
- 우리 사회를 가만히 보면 이론의 사회에서도 적이 있어야 되는 겁니다. 왜냐하면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하지 않으면 이론이 성립이 안 되니까. 그리고 현실을 이론화로서 별로 의미도 없고 성립이 안 되니까 딱 규정해 놓고 때리는 것이지요.
- 물론 시장자유주의 쪽에서는 참여정부가 국제적인 자본에 대한 관점에서 ‘뭔가 국수주의, 민족경제의 냄새가 나지 않느냐’ 하는 부분이 있고, ‘사회주의경제, 사회경제시장 쪽에 경도된 것 아니냐’라며 끊임없이 경계를 하지요. 반면에 좌파 쪽에서도 그렇고.
□ 대결주의 정치집단의 존재가 상생과 대화·타협을 가로막아
-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가운데 길을 가면서 양쪽을 다 흡수해 버렸거든요. 가운데 길을 가면서 양쪽 정책을 적절히 포섭 조합해 양쪽을 다 흡수한 성공 케이스인데, 슈뢰더 총리는 현재 상태로만 보면 양쪽을 흡수하기는커녕 양쪽에서 배척받는 실패한 케이스로 가고 있습니다.
- 그런데 그 두 개의 차이를 어떻게 봐야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그 부분의 원인을 아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 형편이 양쪽의 정책을 다 취해서, 소위 정책통합을 이루고 어떤 것은 균형점을 찾고 어떤 것은 개별 정책 하나를 패키지별로 선택해서 조합을 해 나가야 될 것 같은데,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그런 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나는 굉장히 큰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 한국에는 좌파 우파가 확연하게 갈라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것은 투쟁주의와 타협주의가, 말하자면 대결주의와 타협주의가 오히려 대립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매일 ‘상생정치’를 얘기하는데, 끊임없이 대결적 노선을 가야 되는 것이 있죠.
- 우리는 가끔 세계전략과 동북아시아 전략을 가지고 미국에 대해서 ‘적만 있는 것이 아니고 친구도 많다. 친구를 사귀는 전략을 만들어 나가야지, 적을 염두에 두고 계속 경계하는 전략을 가지고 왜 동북아시아를 보려고 하느냐’며 미국의 일부 강경파들에게 볼멘소리를 하듯이, 한국 안에서도, 일본에서도 어디를 가나 적이 있어야 되는 대결주의 정치집단 또는 그 집단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런 문제가 참 골치가 아픕니다.
□ 정쟁만 있고 결론을 못내리는 사회…상생의 노선 가는 정치인 뽑아야
- ‘당신이 보수냐 진보냐’고 하면 당연히 진보인데 진보라고 말을 못 하는 이유는, ‘진보’ 하면은 투쟁, 비타협적 투쟁노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대변되어 버리니까 거기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이죠. 그래서 ‘통합적 진보주의’ 뭐 이런 이름을 붙일까 생각해봤습니다.
- 어떻든 대립적 노선과 상생의 노선이라는 것이 지금 한국에선 더 중요한 구별인 것 같고, 이것을 가지고 국민들이 새로운 선택을 해야 됩니다. ‘저 사람, 좌파냐 우파냐’ 하며 선택할 것이 아니라, 대립적 노선으로 자기들의 입장을 관철하고 항상 반대편에 대한 공격을 일삼는 정치노선이냐, 아니면 어느 노선이든 간에 대화와 타협으로 포섭과 절충을 하자는 그런 정책노선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의 구분이 좀더 중요한 시기 아니냐는 생각을 합니다.
- 그런 부분이 우리의 문제를 푸는 데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결국 지금 한국은 논쟁은 없고 싸움만 있다고 말할 수 있고, 싸움만 있고 결론은 없는 사회, 결론을 못 내는 사회 아니냐, 싸움 대신에 논쟁이 있어야 하고, 그 논쟁을 통해서 결론을 낼 수 있는 소위 타협주의가 우리의 문제를 푸는 데 유효한 거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 타협정치 모델을 성공시킨 나라는 높은 사회보장과 지속성장 보장
- 강은 언제든지 갈지(之)자로 흐르지, 직선으로 흐르지 않거든요. 갈지 자로 흘러도 바다로 갑니다. 그런 것처럼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라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일정한 방향과 틀이 있으면, 예를 들면 영국이 노동당과 보수당으로 왔다갔다 해도 전체적으로 성장이 계속되고 있죠. 물론 개인의 위험이 많이 높아진 부분은 있지만, 제일 문제는 개인의 위험에 대한 보장도 없으면서 성장도 안 되는 사회거든요. 미래에 대한 보장도 높으면서도 성장이 상당한 속도로 가고 있는 사회가 있고, 보장이 낮으면서 대신 성장이 상당한 속도로 가기 때문에 그 사회가 희망적인 사회가 있고, 보장도 낮고 성장도 안 되는 사회가 있죠.
- 이런 가운데 우리도 둘 중의 하나는 해야죠. 보장은 약하더라도 성장이라도 빠르게 되든지, 아니면 성장은 좀 느리더라도 보장이라도 확실하게 되든지, 항상 일방으로 갈 수는 없죠. 제일 바람직한 것은 높은 보장 수준을 가지면서 지속적인 성장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나라들이 있거든요. 그 모델에서 확실한 것은, 거기에는 타협의 모델이 성립돼 있습니다. 다수 정당, 다당제, 규모가 작은 나라이고 타협 모델을 성공시킨 정치입니다.
- 대개 이런 문제를 가지고 큰 고민을 해 보자는 겁니다. 답이 금방 나올지 모르지만, 한번 큰 고민들을 해보면 두 개가 다 성공하는 모델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지금 선진국으로 치면 보장은 낮고 성장은 빠르다고 하는 영·미 모델에서도 한참 뒤쳐져 있죠. 뒤쳐져 있으니까 우선 일단은 미국 수준이라도 따라 잡고, 영국 수준 따라 잡고, 그다음에 더 가면서 성공할 수 있는 모델로 가기 위해 단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선 대화·타협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 언론 중심으로 균형잡힌 논쟁 벌이면 사회발전의 가닥 잡힐 것
- 내가 정치를 하다 보면 좋은 뜻에서든 나쁜 뜻에서든 언론은 참 중요합니다. 실제로 도움도 받고 싶지만 도와달라는 말도 하기 어렵고, 그건 또 나한테도 원인이 있고, 건강한 긴장 관계라는 것이 참 좋은 거 같아도 도와달라는 말을 못하는 관계라서 참 힘듭니다.
- 이후로 내가 좀 바라는 것은, 이런 전망에 관해서 정치하는 사람하고 언론인 하고 딱 담 쌓아놓고 역할을 완전히 나누기보다는 이런 큰 문제에 관해서는 서로 토론도 하고 때로는 얼굴 붉히고 논쟁도 하면서 뭔가 의제를 함께 가져가는 수준으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논쟁들을 한다면 상당히 우리 사회가 좀 가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나는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가닥을 못 잡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닥을 잡는다 하더라도 무슨 대세가 나올까요. 우리 정치에서 대세가 나와 버리면 합의가 안 되더라도 합의를 강요하는, 은근히 밀어 붙이면서 합의를 강요해 가면서 대세가 형성되면서 뭐가 이루어집니다.
- 나중에 어느 때 가서 또 폭발적인 어떤 해결책이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대세 형성이 되는 점은 있는데, 우리 정치가 대세 형성이 참 쉽질 않은 거 같아요. 숫자에 있어서 대세 형성도 쉽질 않을뿐더러 설사 대세 형성이 된다 할지라도 지금 같은 정치문화, 사생결단해 버리는 데 어떻게 대세 형성이 될까 싶습니다.
- 그리고 이제 참여정부에서의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고 국민의 정부도 그랬다고 말할 수 있지만, 오로지 진보적 정책을 확실하게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에서 굉장히 비판적 공격을 받아온 거라든지, 또 반면에 확실하게 보수적인 측면도 아니니까 국민의 정부 때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언론하고 긴장관계 때문에 좀 힘든 것도 사실이고 그렇습니다. 자업자득이라 할지라도 사실은 그렇습니다.
- 다음에는 활발한 토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생각이지만 대연정까지는 너무 좀 과했나요?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겁니다. (웃음)    Top
2. 2년 반 평가와 남은 과제
□ 자주외교 전개, 정치자금 투명화, 권력기관 제자리찾기 큰 변화
- 이런 자랑은 처음 하는데 관리를 하는 정부라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관리는 대과(大過) 없이 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국민들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가지고 저를 뽑았겠습니까? 적어도 그 생각에는 상당히 부합되는 정치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 예를 들어 정경유착 구조혁파라든지 정치자금 투명화 같은 것을 과거에 없던 방법으로 국민 앞에 다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검찰이든 권력이든 어디든 간에 법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성역이 없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 또 대통령은 당에 대해 제도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똑같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제 이외 다른 나라는 대통령제도라도 당을 다 장악하고 지배합니다.
- 그러나 야당은 강고하게 단결해 있는데 대통령만 무장해제하고 게다가 여소야대 국회이지 않습니까. 이 상황에서 앞으로 제도적으로 이점을 고치자는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지 여소야대 자체를 불평하지는 않았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런 정치구조에서 효율성이 나올 것이냐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 완벽한 자주는 못한다 할지라도 자주의 전망을 가질 수 있게 됐고, 국민이 자주외교 또는 자주국방에 대한 전망을 가질 수 있게 했고 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비록 북핵문제에 관한 문제라 할지라도 자기의 목소리를 가지고 자기의 역할을 능동적·주도적으로 펼쳐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은 큰 변화가 아닐까요?
□ 이월된 고질적 과제 해결하려 노력…다음 정부에 떠넘기지 않을 것
- 하나하나 짚어봅시다. 양극화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십년 동안 균형발전을 말만 했지만 저는 행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정책도 뜯어고쳤습니다. 구태의연한 정책을 다 뜯어고치고 수십년 동안 안 됐던 것은 확실히 뒤집어놓겠다는 결의를 가지고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책도 그렇지 않습니까.
- 과거 어느 정부도 다 훌륭한 업적들이 있지만, 해결 않고 미루다 넘긴 묵은 과제들은 (다음 정부에) 다시 넘기지 않으려고 제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안 넘기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좀 조급하게 18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방폐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성급하게 덤볐다가 망신도 당했습니다. 어떻든 고질적인 묵은 과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노사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마음속에 늘 남아 있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아젠다인데 합의도 못 이루어내고 밀이붙이지도 못했습니다. 노사문제는 아직까지 가닥을 못 잡고 2003년 하반기에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못하고, 2004년에 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또 못하고, 양대 노총에서 노사정 합의로 돌아올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또 지역구도를 해결하지 못했고, 여소야대라는 정치구조에서 우리에게 부닥쳐 있는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
□ 경제올인론은 무책임한 선동정치의 표본…지역주의 문제 의제돼야
- 이런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의제화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제화돼서 의제를 둘러싸고 찬반이 일고, 여러 실증적 자료와 근거를 가지고 비교하면서 합리적인 논쟁이 이루어져야 사람들의 머리 속에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고 검증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여소야대와 지역구도라는 정치구조에 대한 의제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 또 경제올인론이 이 의제를 밀어붙여 버렸습니다. 경제올인론이라는 것은 대단히 교묘한 정치논리입니다. 선동정치의 표본입니다. 도대체 정치와 관계없는 경제가 어디 있습니까? 북핵문제도 경제하고 관계없는 것인가요? 경제와 관계가 없는 국방문제가 어디 있습니까? 제가 처음 대통령 취임했을 때, 당선됐을 때 첫 번째 떠오른 것이 북핵문제인데 북핵문제는 첫 번째 경제에 대한 압력으로 다가왔습니다.
- 경제올인론은 옛날 유신시대의 것입니다. 유신시대에는 안보, 경제 이외 일체의 발언을 전부 범죄로 처벌했다고 하면 너무 과한가요? 경제올인론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되는 것입니다.
- 경제만 하고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하지 말라면 국방문제, 북핵문제를 다 덮어버리고 매일 경제현장만 다니면서 재래시장 가서 악수하고 사진 찍고,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것은 아주 무책임한 선동정치의 표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논쟁이 있어야 합니다. Top
3. 남북관계
□ 통일 과정서 많은 비용 드는 까닭에 ‘통일비용’은 사실상 ‘준비비용’
- ‘통일비용’ 재원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국민적 인식이나 합의가 모아지지 않으면 가다가 이런저런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통일비용’이라는 말이 적절한가에 대해서 고민이 되긴 됩니다. 빠른 시일 안에 ‘정치적 측면까지 통일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고, 또 ‘바람직하느냐’는 데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제 생각은 빠른 길로 통일이 이루어지지도 않고, 또 통일이라는 형태까지 너무 빨리 가는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체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서서히 하지 않으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엄청난 충격이 생기고, 그것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쌍방을 위해 천천히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실질적 비용은 통일 이전에 다 들어가야 될 것이기 때문에 ‘통일비용’이라고 이름을 쓰더라도 개념은 ‘준비비용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 북한에 필요한 에너지·물류 인프라, 통신, 농업기반 구축은 정부몫
-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활로, 또 하나의 기회, 또 하나의 시장이 열린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무엇으로 붙여야 될지 모르겠는데, ‘북방투자’ 또는 하나의 투자입니다. 우리가 ‘월남특수’ ‘중동특수’란 말을 써왔는데, 그런 수준까지 갈지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 볼륨이 훨씬 더 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입니다. ‘북방투자’로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사실에 맞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정부가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좀 구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민간이 할 수 없는 부분들은 정부가 맡아서 하고, 민간이 사업적 측면에서 추진할 것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에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에너지 인프라, 운송물류 인프라, 통신 등이고 그것보다 더 화급한 것은 농업기반입니다. 생필품 같은 것은 앞으로 민간 차원에서의 거래로 이루어 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큰 기간산업, 인프라 구축에 정부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 국제기준 맞춰 통일비용 추산한 뒤 국민에게 제시하도록 이미 지시
- 독일은 매년 약 1000억 유로 정도가 (구동독으로) 가고 있는데, 그 중에서 60% 정도가 사회보장 비용입니다. 대략 60% 정도의 복지비용이 동독으로 이전되고 있는데, 그 재원이 주로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독일의 복지보험에서 나가고 있습니다. 보험이기 때문에 임금 유사비용이 되죠.
- 세금 걷는 것과 복지비용 부담은 구조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보험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부과된 것을 동독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서독의 기업경영에 부담을 많이 주고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아주 큽니다. 그렇게 매년 1000억 유로가 가고 있는데, 대략 독일 GDP의 4% 정도라고 얘기 들었습니다.
- 우리에 대한 국제회의의 외국원조자금 권고사항은, 유엔 부담금 말고 원조에 쓰라고 하는 권고가 GDP의 0.7%입니다. 우리 돈으로 치면 5조원 정도 되지요. 해외원조의 권고사항이 그 정도이나 미국도 일본도 여기 못 맞추고 있고,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0.7%를 넘어 1%에 달하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 우리가 남북경제를 통합하는 수준까지 간다고 하면 이런 것들을 비교해서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 어느 수준이냐를 한번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에 대해 비교하고 준비해서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쪽에 지시를 해놓았습니다.
- 현재의 조세구조 안에서도 예상되는 수준을 염출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만, 그 이상의 부담을 더 해야 되는 문제는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검토해 봐야 될 문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검토한다고 대통령이 말을 꺼내는 것은 너무나 파장이 큰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북핵문제 더 진전돼야 가능할 듯
-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입장에 있습니다. 기본적인 정부의 태도입니다.
- 그러나 실제로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부담스럽게 재촉하지는 않는 수준에 있습니다. 실제로 북핵 문제가 좀 더 진전돼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야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Top
4. 8·31 부동산 정책
□ “임기 말에 ‘책걸이’까지 할 각오로 부동산시장 전체를 안정시키겠다”
(분양가 규제, 후분양제 도입, 임대주택 공급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 8·31 부동산 정책이 국회에서 확정되는 데 1차적으로 힘을 쏟고, 정책이 확정되면 미흡하거나 부작용이 있는 부분을 따져서 보완하는 완전한 정책보완을 새롭게 준비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공급을 확대하고 가격폭리가 없도록 하고, 또 공공부문이 공급에서 획기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 공공부문이 독점을 하면 창의성이 떨어지고 시장의 다양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독점할 수는 없겠지만,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공급자로서 반드시 참가해서 공급물량과 가격을 관리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의 역할을 세우겠습니다.
- 고민은 임대주택이든, 분양주택이든 명동 안에서 새로 땅을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임대주택도 돈이 없고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임대를 필요로 하는 곳에 택지를 구할 수 없는 게 제일 큰 애로입니다. 결국 이 부분은 도심지 문제입니다. 다가구 주택을 구입해서 임대하고, 조금 더 다양화해 도심지에서도 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 마지막 수단은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에 서울 못지않은 교육환경, 의료환경, 문화환경을 조성해 과밀과 집중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입니다.
- 결론은, 공급부문에 있어서 마음먹고 대책을 마련하겠으며, 과밀과 집중을 해소하고 완화하는 정책까지 전개해서 부동산을 전체적으로 안정시키겠습니다. 일단 8·31 정책으로 투기를 막아놓고, 수급에 관한 정책을 조정한 뒤, 3단계로 국민생활의 공간배치를 효율적으로 하는 단계적 정책을 완성시켜 나가겠습니다. 임기가 남아 있으니까 마지막까지 ‘책걸이’를 하겠습니다.
□ 과세하더라도 투기목적 주택소유자와 거주목적 소유자 구분해야
(보유세 실효세율 조정에 관한 질문을 받고)
- 살고자 하는 사람이 사는 집에 세금(보유세)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삶에 대한 부담입니다. 그러나 투기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주택을 보유하는 사람에게는 보유세가 투기동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됩니다. 실수요자에게 보유세를 올리고 낮추는 것은 부동산 대책과는 별개의 조세정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우선은 실주거하는 사람, 1가구 1주택의 주거용 주택에 대해서는 부담을 많이 주지 않고, 투기목적으로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에 한해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이점을 구분해 봐야 합니다.
-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부동산 정책이 나왔다가 무너지고, 나왔다가 또 무너졌습니다. 수단을 몰라 실패한 게 아니고 저항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8·31 정책이 관철되면 수십년 실패했던 것을 성공시키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천지개벽하는 것이죠.
- 왜 실패했겠습니까? 부동산에 투기적 여지를 남겨놓고 불로소득을 바라는 사람들이, 1가구 1주택을 가진 보통사람들에게 위기감을 조성해서 범시민적 조세저항, 정책저항을 유발시켜 입법을 저지해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극복됐느냐 하면 지금도 그 환경 속에 있지만 국민의 97%가 마음 변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보유세 실효세율과 관련한 결정은 당정이 현명한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봅니다.
- 1가구 1주택이라 할지라도 재산증식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것까지 끊자면 보유세를 좀더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관념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국민적 지지 하에 정책을 관철할 수 있는 적절한 타협점, 그러면서도 8·31 부동산 정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Top
5.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
□ 흑백 분명하게 가르는 것과 조화 이뤄 모두 승자되는 방식의 차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삼성생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 이 문제를 바라보면서 두 가지 유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회정의라는 관점에서 승부를 가르고, 흑백과 옳고그름, 합법과 불법을 갈라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또한 승부를 가르기 어려운 일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흑백을 가르는 것보다 다소 융통성 있게 회색의 결론을 내서 모두에게 큰 손실이 없이, 그리고 이후 가치판단과 기준을 크게 흩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타협선을 찾으려는 방식이 있습니다.
- 저는 지금까지 흑백을 가르는 쪽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돼 해 보니까 정치도 해야 하고, 경제도 살려야 하고 말하자면 성장도 해야 되고, 민생도 생각해야 되는 등 서로 모순되고 충돌하는 수많은 것들을 조화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타의 본보기나 기준이 되는 규범적 효력을 갖는 것은 분명하게 세워놓아야 하겠지만 그 범위 안에서 모두의 체면을 살리고 승자가 되는 방법이 있으면 참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보게 됐습니다.
- 저는 삼성이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태도에 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흔히 말하는 재벌의 지배구조에 관련한 규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에 경계를 두어야 한다는 규제에 대해 내심으로 동의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적 공론일 경우에는 규범을 수용하고 존중하면서 경영과 지배구조를 최대한 맞추어 가야 하는 것인데, 소위 법률의 소급효 이론을 가지고 ‘법 시행, 법 만들기 이전의 취득이니까’ 하면서 법리적 논쟁을 계속해온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습니다.
- 또 정부가 국민의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한 것으로 정부가 보기에도 불편하고 어렵게 만든 경우입니다. 어떻든 간에 이 문제를 일도양단식으로 잘라버리면 그 다음에는 경영권 유지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한참 동안 많은 싸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봐준다, 안 봐준다’ 하는 문제를 떠나서 원칙적 입장에서 봐도 이 문제를 칼로 무 자르듯 싹둑싹둑 자르기가 쉽지만은 않은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 ‘삼성문제’ 확실한 해결책 없으나 한발 물러서 타협적 대안 찾아야
- 98년쯤 삼성 자동차 부채에 대해 삼성계열사와 사주가 돈을 물어내라고 했을 때 저는 갸우뚱 했습니다. 주식회사 유한책임제도가 그런 경우에 대비해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기업이 무너져도 포기해 버릴 수 있어야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책임제도, 유한책임제도가 의미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뛰어넘는 사회적 논의가 나왔을 때 한참동안 해석을 못해 갸우뚱한 것입니다.
- 그래서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유한책임제도 제도가 중요하느냐, 한 기업과 국민 사이에 호의적 관계가 중요한 것이냐’ 하는 점에서 저는 유한책임제도 쪽에 섰습니다. 이처럼 법리해석에 여러 고민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보기에 정부가 한 기업을 위해서 규범의 예외를 만든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법과 정부의 신뢰를 위해 좋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원칙과 위신도 유지해 나가고, 또 삼성은 M&A라든지 이런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시간적인 유예를 가지고 -정부가 가지고 있는 규범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경영의 새로운 묘안을 찾으면서 한발 물러서고 그래야 할 것입니다.
- 어떻든 간에 지금은 상속세가 포괄주의로 돼 있지만, 포괄주의로 되기 전에 생긴 일로 합법적이었다고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상속 등이 일어났고, 세금 납부액이 너무 적은 데서 생기는 국민정서의 문제도 극복해 가는 타협적 대안이 나오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을 얘기했습니다. 아직 내가 명백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크게 보아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두고두고 사회의 역사적 거울이 되고, 국가적인 규범이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 엄밀하게 말해 자본의 국적문제를 따지지 말자는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지금 우세합니다. 공무원들의 일반적 인식도 자본의 국적을 구별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 소버린과 SK사건이 있을 때, 만도기계 사례, 무슨 증권사 사례를 놓고 자본의 국적에 대해 엄청난 여론이 일어 정치인과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외국자본에 대해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심리적으로 굉장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또다시 이런 문제에 부닥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가 삼성을 좀 나쁜 인식으로 보면 이런 약점을 잘 알고 밀어붙인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지금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푸는 방법을 한번 찾아보자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 反기업 정서로 기업인이 경영의욕 상실하거나 경제침체 일어나지 않아
(국민의 반기업 정서의 해소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 논쟁의 대척점에 서로 서 있는 사람들이 공격하고 반격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하나의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나라 국민들 누구에게도 반(反)기업 정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부패했거나 부정한 기업인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은, 그동안 언론에서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말도 봤습니다만, 반기업 정서란 없고 국민들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기업인들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것은 여전히 있겠죠.
- 반(反)재벌 정서는 논리이기도 하고, 정서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재벌체제가 경제에 기여한 점도 있고 부담을 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것은 집중적으로 문제제기 돼왔고 특히 언론이 늘 강조하곤 했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모든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 외의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는가, 누가 반재벌 정서를 가지자고 하거나 가지지 말자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반기업 정서 때문에 ‘기업을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또 약간의 방어논리입니다. 그런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기업 정서가 심각해서 기업의욕이 떨어져 경제가 침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Top
6. 재정과 세금문제
□ 비과세 감면·기금 축소도 현실은 생각보다 개혁하기 어려워
- 정치든 정책이든 계획도면을 그려 놓고 도시개발 하듯이 차곡차곡 지어가는 식의 제도 개선은 안 되는가 봅니다. 결국은 이런저런 바람을 타고 가다가 이빨도 빠지고 들쑥날쑥하면서 제도개선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 한 예로 우리나라 재정구조를 보면 재정제도·재정구조를 전면적으로 얘기하면서 통합재정 개념이 나왔습니다. 지자체까지 전부 하나로 국가 전체의 재정수지를 완전히 파악할 수 있게 하려고 하는데, 그야말로 시스템 설계부터 시스템 개발 등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기에 시간이 꽤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 기금 부분도, 기금과 특별회계를 최대한 줄이고 일반회계로 전부 통합시키기 위해 작업을 하면서 기금에 손대 보니까 실제로 기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해관계자들은 기금이 있어야 될 이유를 놓고 열변을 토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직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별법에 다 들어 있어서 개별 상임위원회에서 하나하나씩 토론해서 법을 바꾸어 나가야 되는데, 그것을 하려고 보니까 기금 하나하나가 다 존재이유가 있어요.
- 그래서 위원회를 만들어 한참 진행하고 보니까 고친 건 쥐꼬리만 해요. 내가 98년에 국회의원하면서 ‘정부가 이런 제도를 가지고 구질구질하게 하느냐’고 했는데, 막상 대통령이 되고 ‘확 줄여보라’고 지시해 놓고, 대학교수들도 단칼에 베어 버리려고 올려놓고 하나하나 점검해 보니까, 쉽지 않고 이유가 만만치 않습니다.
- 비과세 감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과세 감면은 이해관계보다는 하나하나 붙어 있는 이유와 타당성이 다 있습니다. 우리가 연구·개발 투자에서 보면 때늦은, 지나간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작년까지, 금년까지는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필요 없는 것, 이런 것들이 조금씩 있는데, 핵심적인 부분은 역시 가져가야 될 만한 강력한 수혜자들이 있습니다. 재벌들이 아니라, 그 항목에 있어서 연구·개발 투자 같은 것은 우리가 지금 최대한 늘려주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명분이 있습니다.
- 석유류세도 올려놓으니까 버스업자들이 죽겠다고 하고, 버스업자를 해결해주고 나니까 관광버스가 또 들고 나오고, 관광버스를 해결하고 나니까 또 화물운송 하는 화물연대가 들고 나옵니다. 원칙 없이 밀렸다기보다 그 사람들의 사정을 그동안에 외면하고 있다가 떠밀린 것입니다. 떠밀려서 다 감면해 주니까 비과세 감면 부분이 너무 많아져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자꾸 비과세가 살이 쪄 가는데, 실제로 비과세 부분을 들여다보며 잘라내려고 작업을 하면 얼마 못 잘라낼 것 같아서, 조세개혁을 하고 있는데 크게 자신이 없습니다.
□ 소주세·LNG세 인상, 정책적으로 맞지만 정치적 관철은 힘들어
- 이번에 소주세하고 LNG세 나온 것은 재경부에서 그전부터 숙제로 가지고 있던 세제개혁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내 기억에 대통령 되기 전에 소주세가 시비가 걸린 일이 있습니다. 아마 WTO에서 ‘소주는 세금을 많이 안 받고 왜 외국산 양주만 세금을 매기느냐’고 해서 ‘도수에 맞추어서 세금을 매긴다’며 논쟁이 있었습니다.
- 소주 세금 얼마 올리고내리고 하는 것까지 대통령이 일일이 다 결제하는 정부는 비능률적인 정부라 생각해서 그냥 문서보고로 받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야말로 민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 대통령 소관 상황인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 소주세는 정부의 오랫동안 숙제입니다. 조세 체계상의 숙제고, LNG도 등유와 형평성 문제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데, 관념의 차이인지 모르지만 소주 한 병에 96원이 오른다 하니까 ‘아니, 뭘 그걸 가지고…’ 하는 생각이 들고, 소주 사먹는 사람은 실제로 96원에 인생이 흔들리는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까지도 감각은 잘 안 와요. 거기에 민심을 딱 업고 나와 버리니까 할 말 없게 된 거죠.
- 정책적으로는 정부안이 맞는데, 정치적으로 그것을 관철하기가 쉽질 않겠다고, 어제 그리 얘기를 했습니다. 당·정협의 과정에서 잘 풀어보라고 넘겼습니다. 이제 정부가 소신껏 당·정 협의를 하면서 풀어 나가야 될 문제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비과세 부분은 들여다보면 사실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지적은 많이 되는데, 우리 재정구조 속에서 마치 기금과 비슷해 나름대로 명분이 탄탄하게 받치고 있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야당의 감세주장과 기초연금제 실시에 대한 정책검증 뒤따라야
- 야당의 감세주장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 감세를 하려면 어느 부분에서 얼마를 감세하고, 지출을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줄여야 되며, 그렇게 했을 때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답이 나와야 합니다.
- 소비가 줄 때는 국가의 지출을 늘려주라는 것인데 그것을 무리하게 늘려서 부담을 주지 않게 과도하게 하지 않겠다고 내가 얘기했을 뿐이지 우리도 재정정책을 다 했습니다. 또 감세는 하고 국채발행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 국채발행을 반대하는 것을 보니까 정부지출을 하지 말라는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실제 예산당국이 가서 보고했을 때 야당에서 요구한 새로운 사업 그것도 몇 조가 들어가는 사업을 내놓고 예산증액을 요구하고, 거기다가 기초연금제도 하자는 것 아닌가요? 기초연금제를 하면 최소 8조가 들어간다는데 이런 것에 대해 지금 사회적 검증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정책에 대한 검증이 현실화돼야 합니다.
- 요새는 어떤 정책이 현실화된다든지 전략이 현실화된다는 것은 이런 의제화의 구조, 논쟁의 구조, 검증과 판단이라는 과정을 거쳐 나가야 되는데 토론하자면 다 내빼 버립니다. 그래서 언론과 토론하는 것이고, 언론사 간에도 의견이 다르니까 언론사 간에도 토론이 이뤄져 토론의 중심이 생기면 끌려 들어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 토론의 장에 끌려 들어와서 변명과 해명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 해명을 요구하지 않는 언론이 정책을 올바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인지, 까다롭게 질문하지 않는 언론이 있는 한 정당은 아무렇게나 그때그때 그야말로 인기 좋은 정책만 발표하고 넘어갈 것입니다. 앞뒤도 안 맞는데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Top
7.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
□ 출산장려 당연히 추진할 정책…정책엔 때를 기다려야 하는 요소 있어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정책구상을 설명하며)
- 좀 역설적으로 대답을 드리죠. 대통령이 출산장려 정책의 최종적 책임자인데, 출산장려 정책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될 것 아닙니까. ‘이 출산장려 정책을 밀고 나가면 출산이 늘어 납니다’라고 답해야 되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 출산장려 정책을 가지고 출산율을 높이려면 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이 출산장려 정책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비로소 성공할까 말까 한 것입니다. 모든 정책을 출산장려 정책으로 붙여줘도 성공할까 말까 한 것이 출산장려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객담으로 하면 ‘왜 투자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을 얘기하는데, 실제로 조사해 보면 전혀 다르거든요. 시장의 활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줄고 수요가 주니까 투자 안 하는 것입니다.
- 그런데 투자 장려한다고 정부에서는 별 정책을 다 가져오고 경제수석도 별의 별 것을 적어오지만 핵심을 비켜 나간 것이거든요. 그러나 정부는 해야 됩니다. 애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공황에 빠집니다. 노력하면서 장기적으로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장이 살아날 때를 기다리면서 맞추어 가는 것, 그런 요소가 정책에 있습니다.
- 출산장려 정책이라고 이름 붙인 정책으로 아이 낳기를 결심한 사람이 있는지 한번 나와 보라고 하면 아마 지극히 미미할 겁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책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정책에 대해 한때 이런 식으로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출산장려 정책은, 이름이 출산장려 정책이라고 안 붙이더라도 당연히 해야 될 정책이고, 같이 가야 되는 것입니다.
□ 보육·교육환경 개선 등 우리 사회 정책의 총화로 뒷받침해야
- 보육비·교육비에 관한 문제, 보육환경·교육환경에 관한 문제가 출산의 첫 번째 변수니까 출산장려 정책은 보육 정책하고 같이 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미래에 대한 전망이 밝아야 합니다. 그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이를 낳으려고 하고, 전체적으로 비관적 전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합니다.
- 그 낙관과 비관 중에 중요한 요소에 사교육비도 들어갈 겁니다. 그런데 다른 문제에 대해서 낙관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교육비 부담 문제도 앞으로 해결됩니다’ 하면 곧이 들어요. 반면, 다른 문제에 대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교육문제, 앞으로 해결됩니다’ 하면 ‘웃기지 마라. 언제 정부가 약속한 일이 제대로 된 게 있느냐’ 하게 되어 있습니다.
- 보기에 따라서 대통령 스스로 냉소적인 답변을 한 것처럼 됐습니다만, 본질은 그렇습니다. 출산장려 정책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정책의 총화가 필요한 겁니다.
□ 우리는 연금제도를 튼튼하게, 독일은 연금을 깎는 게 개혁과제
- 연금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제가 여러분에게 드렸던 글 안에 ‘연금제도는 헌법적 효력을 갖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자’는 주장의 글도 있습니다. 그래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어지고 열심히 일하고, 소비하고, 아이도 열심히 낳고, 그러면 장기적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거지요.
- 물론 그것은 정부에서 그 사람의 노동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교육하고 훈련하고, 이것만 뒷받침해 주면 되는 것이거든요. 교육 잘하고, 또 직업훈련 잘 받쳐 주고, 이렇게 해 나가면 세계시장이 좀 어두워도 국내시장으로 갖고 버틸 수 있는 게 이론상 가능한 얘기지요.
- 그러나 지금 그런 전망들이 한국사회에서 상당히 무너져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에 희망과 자신감을 다시 찾아나가는, 그 다음에 미래정책에 대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것으로, 그래서 총체적으로 사회를 건강하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 예를 들면 접대비 문제가 나왔을 때 ‘그건 경기에 관계된 것’이라고 해도 참고 버티었습니다. 또 하나 지하경제 부분이 상당부분 소비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을 엄격하게 끊어나갈수록 그 부분 경제는 죽게 되어 있고, 성매매 부분도 마찬가지였죠. 그 다음에 연금제도에 대한 불안이 한때 굉장히 고조되지 않았습니까. 아마 2003년경에 연금 거부운동도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했죠. 그 연금 거부운동에 접속했고, 연금제도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
- 독일은 탄탄한 연금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연금을 깎겠다는 논의 자체만으로 소비가 준답니다. 연금을 깎는다는 것이 개혁과제거든요. 우리하고는 정반대지요. 우리는 연금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이 개혁과제이고, 독일은 연금을 깎는 것이 개혁과제인데, 연금 부분은 튼튼하게 헌법적인 효력 정도를 줘야 된다는 거지요. 그리고 인센티브를 줘서 아이를 낳게 만들고. 하여튼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책은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저출산, 고령화 모델 유럽에 가까울 것…복지지출 문제 고민해야
- 이 문제와 연관해 생각하면 한국사회 모델이 유럽형으로 갈 것인가, 미국형으로 갈 것인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러 정책이나 경제정책에서 상당한 차이가 많은데, 그것은 구별하려면 ‘정권을 정당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정부를 정당이 운영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대통령이 운영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 ‘이 정권을 대통령 정권, 노무현 정권이라고 보느냐, 열린우리당 정권이라고 보느냐’ 하는 질문들이 있을 수 있고, ‘어느 쪽이 바람직하다고 보느냐’ 이런 것도 비교해 볼 수 있겠지요.
- 경우에 따라서 같은 대통령제 하에서도 정치행태가 많이 달라질 수 있지요. 아마 프랑스는 대통령제이지만 정당의 지도자일 겁니다. 정당의 지도자와 정부 지도자가 일치되어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 여소야대가 생기면 총리와 대통령이 갈라지고, 정당이 갈라지면서 정치적 협상이 일어나는 거지요.
- 미국은 만일에 여소야대가 생기면 대통령과 국회가 갈등을 일으키지요. 그러면 크로스보팅이라는 제도를 활용해서 개별 국회의원들을 포섭해서 상황을 넘겨 가는데, 중남미에서는 여소야대가 되면 야당의원들은 한 사람도 안 도와주는 여소야대가 됩니다.
- 말하자면 야당 의원이 도와주는 여소야대가 가끔 나타난 곳이 미국입니다. 그건 대통령은 당 소속이지만 대통령 정권이고, 당에서도 대개 딜(거래)이라는 것을 당 단위로도 하지만 또 개인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도 자연스럽습니다. 중남미를 보니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대통령이 아마 정당을 장악하고 있고, 정당 지도자인 것 같고, 일치되어 있는 것 같죠.
- 이런 여러 가지로 봐서 한국은 전체적으로 국민의식이 제일 중요하지요. 그런데 인구가 줄어들 거라고 예측하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히 유럽 모델하고 가까운 거라고 봐야 됩니다.
- 말하자면 세계 인종 백화점처럼 온갖 사람들이 보따리 싸들고 밤중에 미국국경을 넘어오는 나라는 아니니까요. 우리가 그렇게 개방된, 소위 여러 인종의 합중국을 만들어 살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고민도 있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출산과 관련돼서는 유럽 모델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인구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고령화라든지 이런 것도 유럽 모델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경제, 연금이라든지 뭐라든지 이런 것들을 쭉 만들어, 설계해 나가는 과정도 유럽 모델에 가까워야 된다는 그런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유럽 모델을 한다고 하더라도 복지지출을 고민해야 합니다. 미국은 아마 예산의 절반 정도가 복지지출이지요. 전체 경제에서 공공부문, 정부 지출이 차지한 부분은 27% 정도밖에 안돼 유럽보다 훨씬 낮지만 그 중에 절반 정도는 복지로 나가고 있거든요. 우리는 몇 %대일까요? 정부 지출 중에 복지가 십몇 %대죠. 아직 20%도 못가고 있습니다.
- 일단 그런 문제들을 앞으로 연구해야 될 문제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산율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생각은 버리고, 또 다른 여러 가지 정책준비와 함께, 새로운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들을 함께 준비해 나가야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Top
8. 균형발전과 수도권발전 대책
□ 전체적 조망 없이 규제 풀면 난개발 우려…지자체도 머리 맞대야
(수도권 신규투자에 관한 정책방향을 물은 데 대해)
- 수도권에서 기본적으로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특별한 몇가지 업종이나 경우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규정을 푸는 문제,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심사하는 문제가 있는데 전체적으로 일반화되는 문제는 시간을 더 두고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균형발전정책이라고 하는 지방화 정책, 지방우선 정책을 강력하게 드라이브 걸지 않았다면 수도권 규제의 해제·완화, 장기 계획, 한두 건의 개별 기업에 대한 예외적 조치를 과연 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균형발전정책을 통해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지방자치 단체장들과 지방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서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대한 규제 해제, 완화 내지 규제 개선을 제도적으로 얘기할 수 있고, 개별 기업에 관해서도 예외적 조치를 일부라도 할 수 있게 된 것임을 수도권이 제대로 인식해주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 이런 과정에 관한 것을 다 덮어 버리고 주장을 하는데 실상은 그런 게 아닙니다. 균형발전정책으로부터 수도권의 규제 개선이라는 숨통이 비로소 뚫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급하겠지만, 수도권 규제를 그냥 풀어 버리는 방법보다는 전체적으로 계획하는 방법으로 가지 않으면 수도권에 대한 뒷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 그냥 규제를 풀어 버리기만 했을 때 난개발로 질주할 수 있는 위험성을 막아야 됩니다.
- 그러자면 기존의 규제를 전부 조사해서 풀 수 있는 곳을 명확하게 하고, 전체 자원을 놓고 계획을 세워 확실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되는데, 건설교통부에서 다해 줄 수 있는 게 아니고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야 됩니다,
- 서울은 더 손 댈 데가 별로 없지만, 경기도는 능동적으로 밀고 나와야 되는데, 나름대로 딜레마가 있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마치 균형발전을 허용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패키지 정책 자체가 달갑지 않은지 그동안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 부처별로 규제지도 만들어 문제점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준비중
- 앞으로 규제를 어떤 계획의 수준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규제지도를 전부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규제지도를 환경부도, 건교부도 만들어서 지도를 보면 중첩된 지역을 바로 뽑아낼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지금 쭉 진행되고 있고,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될 때에 맞춰 수도권도 아마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구분할 것은, 수도권은 과밀과 집중을 계속 억제해주고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지자체 선거할 때 공약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과밀이라든지 집중개발 중심의 공약보다는 살기 좋은 도시, 문화·환경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의 공약이 나올 수 있게 자료를 제공하고 싶은데 자칫 잘못하면 선거개입이 돼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름대로 그런 의지를 확산하기 위해서 정부도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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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3의 길 Ver 2.0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제3의 길이 나왔을 때도 양쪽에서 까였다는 점은 웃기고도 슬픈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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